연중 제 26주간 수요일(다해)
제 1독서 : 욥기 9,1~12. 14~16
복 음 : 루카 9,57~62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때도 있지만, 땅 속 깊이에서 씨가 자라는 침묵의 시기가 있고, 열매를 맺기 위해 비바람을 견디며 고통을 겪는 시기도 있습니다. 그 시기 동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믿음과 기다림만이 필요합니다. 그 기다림과 믿음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을 때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바가 꼭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또 우리에게 바로 이런 충실함과 우직함을 요구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 신자들은 주님을 따르기 위해 결코 잔머리를 굴리거나 이리저리 기웃거리거나 불안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앞만 바라보고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쉽고, 빠르고 당장 효과 있는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어렵고 시간이 필요하고 효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는 일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서서히 익어 잘 여문 결실만이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로 이점을 우리가 깨달으라 하십니다.
요즘 빠른 시간에 해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명 패스트푸드라고 부르지요. 기다리지 않고 금방 나와서 쉽게 섭취하지만 과연 건강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요?
빨리 빨리 만들어지기 때문에 편한 점도 있겠지만, 그 반면에 충분히 기다리지 못하게 되는 일도 발생하게 됩니다. 조금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참지 못하는 요즘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패스트푸드 보다 그윽한 맛을 내는 묵은 된장이 몸에도 좋고 물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이런 묵은 된장처럼 은은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면 좋겠습니다. 쟁기를 잡고 뒤돌아보지 않는 신자, 핑계나 기웃거림 없이 충직함과 우직함을 간직한 신자가 주님의 깊은 사랑 맛을 내는 묵은 된장 같은 신자일 것입니다.
가장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이 짧아서 아쉬운 이 가을! 우리의 우직하고 성실한 신앙생활이 묵은 된장처럼 더욱 깊이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계산적이고 약삭빠름보다는 꾸준함, 한결같음, 우직함, 이런 것들이 더 가치 있음을 우리의 신앙생활로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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