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8주간 목요일(다해)
제 1독서 : 에페소 1,1~10
복 음 : 루카 11,47~54
찬미 예수님!
여러분들은 어떤 때에 화가 많이 납니까? 주로 어떤 사람들을 미워하고, 어떤 일로 다른 사람과 다투게 됩니까? 자기 안에서 솟아오르는 미움이나 분노를, 그 격한 감정의 밑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한 감정은 타인이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뿌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내 안에서 감추어져 있었던 내면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격한 음성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독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화가 난 모습, 노기 띤 음성은 복음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 아닙니다.
자비와 사랑이 지극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까지 노기에 가득 차 독설을 퍼붓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요. 도대체 왜 이러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율법교사들과 바리사이들의 거짓과 위선을 책망하십니다. 그들의 교만과 독선,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시는 것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사람들을 단죄하고 심판하면서, 소위 죄인이라 불리는 가난한 백성들을 구원에서 제외시킵니다. 그들은 제사 때에 앞자리를 차지하고 율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지 못합니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찾고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과 아픔을 철저히 외면했던, 더 나아가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가로막고 있었던 사람들이 바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분노는 우리들의 분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분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분노하시는 이유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교만에 대한 분노이지, 사람 자체에 대한 분노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또한 예수님의 분노는 감정적인 분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분노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신다는 것이지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역시 하느님의 자녀이고, 또 사랑받아 마땅할 존재이기 때문에 이 분노를 통하여 그들이 빨리 깨닫고 올바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시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혀 깨닫지를 못하니, 예수님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명백하게 드러나는 악은 대비할 수 있고 물리칠 수 있습니다. 선을 가장한 악, 선의 한쪽 구석에 숨어 있는 악이 그래서 많은 경우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분노와 저항을 묵상해 보면서, 어떤 것을 경계하고 맞서야 하는 지, 예수님의 뒤를 올바로 따르기 위해 어떤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할지를 새겨보아야 하겠습니다.
남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단죄하고 비난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타인과 구분 짓고 있는 교만을 뉘우쳐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으로 가리려 하는 위선에 아파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서로에게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아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