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전 금요일(가해)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예수님께서 들으신 그 목소리를 우리도 세례 때에 들었습니다. 너무 아기 때 세례를 받았거나, 그 날 말씀에 집중하지 않은 분들은 기억이 없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께서는 자녀 된 우리에게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말씀은 우리가 무엇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녀 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다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사랑합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사랑하고 더 많은 일을 이루고 성취해야 사랑합니다.
또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사랑하고, 더 많이 가져야 사랑합니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하고, 올라가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는 ‘너는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어...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라고 말합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떻겠습니까? 세상에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세상이 인정해 주면 일시적인 기쁨을 느끼고,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좌절하고 실망할 겁니다. 그 좌절과 실망이 반복되다보면, 자기 회의, 낮은 자존감, 자기 거부, 그리고 우울함이라는 암흑에 파묻힐 수밖에 없겠죠.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진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자녀이다.’ 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세상이 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지고, 원하는 직장에 뽑히지 못하고, 단체 내에서 리더로 일하지 못할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해 주십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관계와 소유물과 생명을 모두 잃은 그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자녀이다.’
라고 말씀하시며, 우리를 사랑으로 안아주십니다. 그런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 기도와 말씀과 미사 안에서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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