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주일(가해)
다음의 키워드를 보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 알아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키워드 : 2002년 월드컵.
두 번째 키워드 : 거스 히딩크
세 번째 키워드 : 산소 탱크
네 번째 키워드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정답 눈치채셨나요? 네. 정답은 바로 박지성 선수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축구 선수였던 박지성,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했는데,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프로에 입단해서 생계유지나 하려고 했다. 그런데 프로 테스트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체격 조건이 좋거나 특별히 잘하는 장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갖춘 것이 없었다. 대학팀에서도 다 퇴짜를 맞다가 간신히 명지대학에 진학했다. 그저 정신력 하나로 열심히 하다 보니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자 경험삼아 본선 한 경기만 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평가전에 임했다. 그런데 다리 부상으로 시합도 못하고 탈의실에 맥이 빠져 앉아 있는데 히딩크 감독이 나타나서 “지성이는 정신력이 훌륭하다. 그런 정신력이면, 앞으로 뛰어난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가 쭈뼛 섰다. 왜냐하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내가 믿어왔던 것은 정신력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평발이라는 신체조건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 정신력 따위를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의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듣는 순간 무엇이든 할 만큼 자신이 생겼다. 월드컵 내내 칭찬 한마디를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유명세를 얻었다거나,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던진 한마디는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 삶을 바꿔 줄 인생의 히딩크는 누구일까요? 지난 주일에는 하느님에게 예수님이 누구인지 직접 드러내시는 주님의 세례를 묵상하셨습니다. 오늘 말씀은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통하여 우리에게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그리고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예수님께 누구인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존감의 근거를 일러주고 계십니다.
먼저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누구일까요?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신앙인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들과 함께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존재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도, 곧 성인으로 불림 받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불자들은 “성불하십시오.”하고 인사를 나눕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인사입니다. 개신교 형제들은 서로를 “성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성경에 잘 부합하는 호칭입니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들은 ‘감히 내가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을까?’하고 뒤로 물러납니다. 겸손을 가장하여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악마의 유혹이 아닐는지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히딩크가 아닌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구원하신 존재입니다. 우리는 축구선수가 아니라, 성인으로 불림 받은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정신력이 훌륭한 선수"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의 빛이 되라."는 말씀을 들은 존재들입니다. 그것이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자아 존중감의 뿌리입니다. 비록 내세울 것 없고 턱없이 모자라는 모습이지만, 우리의 나약함을 친히 당신 어깨에 매신 하느님의 어린양이 우리를 성도로 부르신 사실, 그것이 자아 존중감의 바탕임을 잊지 않고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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