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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일 사순 제 5주일(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04-02 조회수 : 355

사순 제 5주일(가해)

 

사람아,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사순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며 머리에 재를 받았습니다. 올 사순절엔 그래도 좀 더 잘 살아보려는 마음을 다지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벌써 사순도 마지막 주일이니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지나온 사순 시간을 돌아보면서 주님께서 저에게 무엇을 바라셨는가 한번 돌이켜 봤습니다. 사순 첫 주에는 세상이라는 험난한 광야에서 악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바로 하느님의 말씀임을, 둘째 주에는 타볼산의 변모를 통해서 주님께 대한 두렵고 떨리는 체험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셋째 주에는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을 통해서 주님이야말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이심을, 그리고 지난주에는 실로암 못에서 태생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심을 보아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죽은 지 나흘이 지난 라자로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다섯 주간의 복음 말씀을 통해서, 아니 이 사순절을 통해서 주님께서는 나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정작 무엇을 바라시는 걸까? 무엇 때문에 그런 복음들을 이 사순절에 들려주었을까? 왜 여러 차례의 기적들을 보여주고 심지어 죽은 사람마저 살려내는 기적까지 보여주셨을까? 하고 되물었습니다. 왜 그랬냐고 누군가 여러분에게 묻는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사실 이것은 놓치지 않아야 할 물음입니다. 놓쳐서는 안 될 물음입니다.

 

2000년이 지난 오늘 이 사순 시기에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는 결국 어디를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 자신입니다.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한테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라자로를 살려내시면서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너는 나를 믿느냐?” 하는 것입니다. 내가 믿고 있는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정말 제대로 알고서 믿는 것인지? 그저 소문으로만 듣고 믿는 것은 아닌지? 주님께서 이 사순절 내내 그걸 나한테 묻고 계셨던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 가운데 나자로가 무덤에서 살아나는 광경을 들으면서 그냥 한쪽 귀로 흘려버리시진 않으셨는지요? 그건 2000년 전 성경 속의 이야기일 따름이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고 반문하신다면 예수님이 일으키신 기적의 본 뜻은 아직도 나한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체 올해도 사순절만 그냥 지나버린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그렇다면 왜 나에게 예수님은 그런 물음을 묻고 싶어 하신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누구신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기적을 다 보여주었어도 참으로 주님이 누구신지 알고 그분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입니다. 늘 믿는다고 하면서도 조금만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닥치면 쉽게 주님의 등을 돌리는 우리 자신 때문입니다.

 

그 많은 기적을 보여주었을 땐 주여 주여 믿습니다.’ 하고 쫓아다니던 수 만 명의 사람들도 주님의 고통과 십자가 아래서는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순 기간 내내 다양한 복음을 통해서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너는 나를 정말 믿느냐?”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묻고 계셨던 것은 결국 우리를 위해서 대신 지고 갈 피눈물의 십자가 속에서도 나를 믿고 따르겠느냐?는 다짐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이제 다음 주는 성주간입니다. 찬란한 기적은 간 곳도 없고 참혹한 고통과 피범벅이 되신 몰골의 주님께서 높다랗게 십자가에 달리게 될 것입니다. 남은 한 주간만이라도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성주간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죽은 라자로를 살리신 주님께서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어오는 질문에 기꺼운 맘으로 말씀드렸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믿음이 부족하다면 이 미사 중에 믿음을 더해달라고 도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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