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가해)
제목 : 엠마오에서 부활 체험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에게 예수님께서는 다가오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나란히 걸어가십니다. 그래도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거기다 예수님의 참담한 죽음과 부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한다고 "너희는 참 어리석기도 하다."라고 곧 골빈 놈들이라고 꾸중까지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적인 생각에 묶여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죽어야 영광을 차지 할 수 있다"는 성서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을 꾸짖고 계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두 제자의 모습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에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바로 이 말씀을 듣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하고 계신 말씀입니다.
날이 저물어 두 제자는 길손인 예수님을 자신들의 식탁에 초대합니다. 바로 이 초대의 식탁에서 제자들은 눈이 열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 계기는 빵을 쪼개어 나누어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이 모습은 바로 예수님의 삶의 요약이고 최후의 만찬 곧 성찬례의 요약이며 십자가 사건까지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곧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쪼개시고 나누어주시며 우리에게 배반당하고 넘겨지시어 돌아가신 그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제자들은 체험하게 됩니다. 그 분이 바로 지금 우리 앞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눈이 열리는 순간 사라지십니다. 인간의 눈이 열리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이상과 생각과 기준을 넘어서서 실상 곧 있는 그대로의 진면목을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하느님,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우리의 눈도 열리게 되고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도 복음화 됩니다. 이 때 우리는 다른 곳에서 사라지신 예수님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 때 예수님께서는 바로 우리들 안에 온전히 계시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 방식은 안 계시듯 계시는 곧 자신을 지움으로 해서 계시는 방식입니다. 내 눈이 다른 것은 다 보아도 내 눈이 스스로 내 눈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와 더욱 동화되고 가까워지기 위해서 그렇게 존재하십니다. 이런 예수님에 대한 체험은 극심한 좌절을 겪은 제자들의 마음을 다시 뜨겁게 하여 즉시 일어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이 모습이 바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활입니다. 곧 큰 실패를 하였더라도 예수님을 따르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그 첫 마음을 실천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삶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예루살렘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고 먼저 초대해 주십니다. 이 초대에 응하느냐 응하지 않느냐는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오늘 두 제자가 예수님께 한 초대는 바로 예수님의 초대에 대한 응답입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생생한 생명력으로 살아 계십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고 받아들여서 우리 삶의 태도를 바꾸면 주님께서는 우리 삶을 당신 사랑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 주실 것입니다. 우리 또한 당신처럼 하느님의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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