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6주일(가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처럼 어떠한 상황에 따라서 마음가짐이 달라질 때가 참 많지요. 예를 들어, 보행자가 되어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에는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짜증내고, 운전자가 되면 왜 이렇게 빨간 신호등이 자주 켜지고 길다고 짜증냅니다.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자그마한 문제로 서로 틀리다고 하면서 다신 안 볼 것처럼 싸우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시각이 틀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단지 입장이 다를 뿐입니다. 다른 입장이다 보니 견해차가 생기는 것뿐이지요. 틀린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를 뿐인데 왜 서로를 원수 대하듯이 할까요? 문제는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입장에서는 내가 맞고, 상대방에서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맞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다름을 큰마음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요? 사실 주님께서도 이 큰마음을 보여주셨지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유한한 존재인 인간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십니다. 그런데 복수하셨습니까? 아니면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보이셨습니까? 아니지요. 오히려 주님께서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셨고, 오늘 복음에도 나오듯이 성령이라는 커다란 선물까지 주시는 큰마음을 보여주십니다. 우리들의 다름을 인정하셨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었고 더 큰사랑을 베풀어 주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이러한 ‘큰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할 수 있는 ‘큰마음’ 말이지요. 이 큰마음을 체험한 제자들은 어떻게 바뀝니까? 오늘 독서에 나오듯이 주님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합니다. 자신들과 다르다며 박해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위협에 무서워 벌벌 떨었던 예전의 나약한 모습을 버리고, 그들 역시 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면서 용기 있게 거리로 나가 주님을 알리는 것입니다. 주님을 통해 참 행복이 어디에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서로의 다름을 쿨하게 인정하는 문화가 많이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인정하는 순간 갈등은 치유되고 거기에 일치와 평화가 싹틀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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