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가해)
찬미 예수님!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빵과 포도주의 모습 속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경배하며 그분께 우리의 사랑을 고백하는 오늘, 우리들은 매일 미사 성제 안에 찾아오시는 그분을 모시는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란치아노 성당의 성체의 기적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인 8세기경 동방 가톨릭 교회 성 바실리오회 수사 신부가 예수님께서 성체 성혈에 실제로 현존하시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신부가 미사를 드리면서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마치는 순간 눈앞에서 제병은 실제의 살로 변하고 포도주는 실제의 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그것을 본 신부는 너무나 놀라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뒤로 돌아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신자들은 제대로 나와 성체와 성혈을 경배하고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습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내 삶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의심하는 한 사제를 통해 이러한 기적이 일어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깨닫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실격자입니다.”(2코린 13,5)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부활하여 하늘에 오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마칠 때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 영혼 안에 참으로 현존하신다는 점일 것입니다.
가시고기의 사랑
물고기 중에서 유일하게 부성애가 가장 강한 고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가시고기입니다.
이 가시고기는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양옆에 32∼36개의 연결된 비늘판[鱗板]을 지닙니다. 산란기가 되면 일 년에 한 번씩 강을 거슬러 올라와 물의 흐름이 잔잔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수컷은 수초 조각을 모아 콩팥에서 분비한 점액으로 둥지를 만들고, 이곳에 암컷을 유인하여 산란을 합니다. 산란 후에 암컷은 떠나고, 수컷 큰 가시고기는 둥지를 지키며, 알들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알들이 부화하여 자랄 때까지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오직 새끼들만 돌보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연이 가르쳐 준 대로 자신을 희생하여 자식을 키우는 큰 가시고기들의 사랑법입니다.
한동안 베스트 셀러로 유명했던 “가시고기”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한 시인 아버지가 백혈병 아들을 간병하는 내용으로서 한국 국민들에게 눈물 꽤나 뿌리게 했던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가시고기”라는 고기를 주인공 아이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않고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려요.” 이렇게 희생적인 아버지 물고기의 행동이 주인공의 행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주인공 아버지는 집을 나간 아내 대신 백혈병 걸린 아들을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돌봅니다. 이 소설은 눈이라도 빼 줄 정도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눈을 빼어준 사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새끼 가시고기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양식으로 삼아 먹으며 성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영원히 떠난 것이 아니라 내 몸에서 항상 함께 계시지요. 그 아버지의 사랑을 새끼 가시고기들도 성장하면 그대로 자식들에게 보여주겠지요. 우리들의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 자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양식으로 내어주심으로써 우리들도 그분의 제자가 되었고, 이제는 그분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할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그분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웃에게 ‘밥으로 먹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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