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미사 - 풍요와 감사.
복음 : 루카 12, 15-21
오늘은 즐거운 추석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풍성한 가을에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것은 참 좋은 전통 같습니다.
수확의 계절에 그 소출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조상에게 먼저 차례 상에 올려 드리는 것은 아마도 이 모든 축복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더 조상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수확을 많이 올려 곡간을 늘려야 할 정도가 되었지만 바로 그 날 밤에 하느님께서 그를 불러 가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그만큼 부자가 되게 해 주셨지만 그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잊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왜 물질에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교만의 원죄 때문입니다. 하와는 눈이 밝아져 “하느님과 같아질 수 있다”는 뱀의 유혹에 빠져 죄를 짓게 됩니다. 아담도 다른 모든 것은 먹어도 된다고 허락되었지만 굳이 먹지 말라고 한 것까지 먹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조금이라도 당신 것을 떼어 놓으라고 하시며 ‘모든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영역까지도 침범함으로써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양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입으로는 ‘주님, 주님!’ 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이 모든 것의 주(인)님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이신데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인간이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하며 하느님 행세를 하게 되는 것이 교만의 원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내 여자!’라고 하지만 사람은 사람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내 아이!’라고 하지만 부모님은 아이의 머리카락 하나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내 집!’이라고 하지만 죽으면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될 것입니다.
‘내 돈!’이라고 모두가 돈을 움켜쥐고 있으면 경제는 망하고 맙니다. 돈은 피와 같아서 순환해야 하는데 꼭 쥐고 풀지 않으면 나도 죽고 다른 사람들도 죽게 만듭니다. 물이 들어와 빠져나가지 않아 죽은 바다가 되어버린 사해를 생각하면 집착이 자신도 주위 사람도 죽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내 목숨!’ 누가 나에게 생명을 주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가 나에게 생명을 주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태어났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목숨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원초적인 소유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가난한 집에서 살다가 부잣집으로 시집 간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부자처럼 보이려고 온갖 보석이며 옷을 사서 걸치고 다녔습니다. 보다 못한 시어머니께서 며느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얘야, 네가 왜 부자로 보이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구나. 이미 우린 부자란다. 남들은 네가 가짜 다이아를 하고 가짜 밍크를 걸쳐도 다 진짜라고 믿는단다.”
그렇습니다. 우린 하늘나라의 상속을 약속받은 부자들입니다. 아무리 이 세상에서 돈이 많아도 지옥가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약속 받았습니다. 어떻게 더 이상 부자일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이 세상에만 집착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혹시 우리도 가장 부자인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면서도 스스로 가난하게 느끼며 세상 것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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