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1주간 토요일(나해)
제목 : 원수 사랑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끝까지 원수를 포기하지 말고 원수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때로는 벗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벗과 원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단지 벗은 나에게 유익이 되는 사람이고, 단지 원수는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일까요?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하였는가를 떠나 바로 내가 그 사람을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벗이지만 바로 내가 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원수입니다.
벗과 원수의 차이는 나를 향한 상대방의 태도가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나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나를 미워하고 나를 괴롭히고 나의 삶의 의욕을 꺾고 나의 인간 존엄성을 짓밟고 나의 사람다운 삶을 방해하는 사람을 비록 이해할 수 없다하더라도 비록 용서할 수 없다하더라도 비록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하더라도, 그와의 불편한 관계를 회피하지 않는 것,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 그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를 변화시키는 것, 그의 악의를 나의 선의로 정화시키는 것, 그의 악행을 나의 선행으로 무화시키는 것, 그 역시 존엄한 사람임을 믿기에 그가 누군가에게 해코지함으로써 스스로의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것을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며 회개와 참회로써 새 삶을 살도록 그를 위해 꾸준히 간절히 기도하는 것, 비록 내가 그의 손에 죽어갈 지라도 그가 다시 참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하는 것, 원수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요 원수가 되기를 강요하는 이에게 오히려 벗이 되어 주는 것이요. 십자가의 죽음으로써 적대자들마저 살리신 예수님을 온전히 따름으로써 참 신앙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