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5주간 수요일(나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에게 ‘진리를 깨닫게 되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죄짓는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의 종이다.’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진리가 자유를 준다 했고 죄가 그 자유를 박탈하고 우리를 종으로 만든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죄로부터도, 우리 마음속의 이기심으로부터도, 세상에 대한 욕심과 집착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죄 속에 파묻혀서 허덕이고 있습니까?
일어서야 하는데 일어서지 못하고, 잘못된 줄 아는데, 그래서 이제는 그만하려고 하는데 생각만 있지 그것을 결단코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것이건 좋지 않은 것이든 거기에 마음이 묶여 있다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요한 8,3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종이란 주인에게 몸이 매여 있고 행동의 제한을 받으며 소유물로 간주되는 사람을 뜻하지요. 복음에서 말하는 종이란 말은 “영적인 차원에서 악에 얽매인 상태”를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습관적인 죄를 곧잘 범하게 되는 것을 악습이라고 하는데, 이런 악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죄가 자기 인격의 일부가 되어서 유혹의 순간마다 죄의 지배를 허용하게 되고, 마침내 죄의 종이 되어 버리고 말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비참한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1-32)
우리들이 주님 말씀 안에 머물며 참된 제자로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가진 고질병 (말씀을 한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버리는 습관)과 불치병 (말씀을 듣기는 잘 듣지만 그 말씀이 심장으로 내려가 구체적인 삶에로 연결되지 않고 귀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증상)을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생활화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말 안에 머물면”이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하신 그 말씀을 바로 매일 매일의 우리의 삶을 통해 증거 하라.”는 요청인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을 묵상하며 본받으려고 노력한지도 벌써 5주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에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처럼 아집과 이기심으로 가득하여 무엇이나 먼저 비판하고 따지며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릴 수 있을 때만이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절망적인 것만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잘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 놓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잘 기억하려 하지 않고 가슴에 새기려 하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립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오래 기억하고자 하고 가슴 속에 간직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고, 기억하게 되며, 마음 속 깊이 새기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하며 참으로 우리들이 주님의 그 큰 사랑을 본받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아집과 이기심을 버리고 이웃을 아니, 나와 가장 가까운 바로 우리의 가족을 통하여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물고 있음을 체험하게 하여 달라고 기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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