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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03 조회수 : 321

저희 성지에 작은 도서관을 하나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읽은 책들을 한두 권씩 내려놓다보니 300권이 넘게 되었고, 여기에 세계문학전집 305권을 구입해서 놓으니 제법 도서관 티가 납니다. 여기에 도서관처럼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도록 책을 하나하나 입력하면서 바코드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던 중에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글쎄 똑같은 책이 한 권 더 있는 경우가 몇 권 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다 읽은 책인데 읽지 않은 줄 알고 또 구입해서 읽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왜 마치 새로운 책을 처음 읽은 것처럼 생각했을까 싶었습니다. 

읽은 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의 깊게 읽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주님의 말씀도 이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자주 대하지 않는다면 또한 주의 깊게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주님은 항상 내게 낯선 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이 낯선 분으로만 느껴진다면 그 만큼 주님께 집중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내 자신의 문제보다는 외부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요. 세상 일이 너무 바빠서,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시련의 무게가 너무 커서, 사제의 강론에서 감응을 얻지 못해서, 신앙인들의 모습에서 실망을 느껴서 등등의 외부 이유로 주님께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요? 

고향에 가신 예수님을 환영하지 않는 고향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통해 드러나는 지혜와 또한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기적들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하시는 그 모든 말씀과 행동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라고 말할 뿐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주님께서 제대로 말씀하시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주님의 기적이 잘못된 것일까요? 모두 아닙니다. 외적 이유만을 찾다보니 주님께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님을 낯선 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는 아닐까요? 주님이 내게 너무나도 먼 분이라고 생각된다면 더욱 더 주님께 집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적인 이유를 찾는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문제점을 파악하면서 주님께 집중할 수 있는 기도와 묵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나와 상관없는 멀리 있는 분이 아닌, 가까이서 나와 함께 하시는 사랑 가득하신 분임을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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