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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10 조회수 : 288

서울 신학교에 다닐 때 학생회장에 당선되어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제 자신이 그런 능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은 저에게 많은 표를 던져준 것이었지요. 기쁘고 감사할 일이었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저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었고 큰 아픔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 때문에 하나의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즉,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고, 더 나아가 이렇게 부족한 모습으로 신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일이 있어서 서울 신학교 근처에 갈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스스로 의기소침해졌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서울 신학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쁜 기억이 다시 떠올려졌을까요? 나쁜 기억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때의 부끄러움도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극복이 된 것입니다.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이 때문에 많은 부분에 있어서 할 수 없다고 했던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상처는 그냥 단순히 없어져야 할 상처가 아니었습니다. 이 역시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으며, 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잘못된 의식의 판단을 가지고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나쁜 것, 잘못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쩌면 스스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용기에서 새로운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절망도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서, 주님께서 주실 새로운 선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금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졌던 상처라 할 수 있는 고통이나 시련들이 어쩌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밀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게 되면 그냥 한 알만 남게 되지요. 그러나 죽게 되면 많은 열매를 하나의 밀알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통과 시련 그 자체에만 머물게 되면 아무런 변화도 얻을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하게 되면 많은 결실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결실이 주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 안에서 그분의 부르심을 충실히 따른다면 분명히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결실들이 부족하고 나약한 나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가 있습니다. 

고통과 시련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들을 현명하게 어떻게 보내야할까요? 그 몫은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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