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살고 계신 지인을 신부들과 함께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부부는 음악을 전공하신 분으로 남편은 리코더 전공자이고, 아내는 오르간을 전공하셨습니다. 하루는 자매님께서 오르간 반주 봉사하는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파이프 오르간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마치 오르간을 치는 것처럼 폼을 잡고 오르간 의자에 앉았지요. 사진 상으로는 정말로 파이프 오르간을 치고 있는 멋진 모습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자세만 잡았을 뿐입니다.
아무리 귀하고 좋은 악기라 할지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악기의 귀함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악기 전공자가 다룬다면 그 소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또한 악기가 얼마나 좋고 귀한 지가 드러날 것입니다.
주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며 세상에서 제일 귀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 분을 전혀 알지 못한다면, 또 알려고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과연 주님의 귀함을 알 수 있을까요? 신앙을 멀리하고 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든 행동들은 그만큼 귀한 주님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지상 삶을 모두 마치고서 하늘로 불려 올라가셨음을 기념하는 날인 것이지요. 나약하고 부족한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승천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바로 성모님의 전 생애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을 했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알려고 노력했으며 그 뜻에 맞춰서 사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를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외치면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지요.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이에 대한 응답으로 마니피캇이라고 불리는 성모의 노래를 바치면서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바치고 계십니다.
성모님의 삶이 과연 기쁨과 영광의 삶이었을까요? 인간적인 관점으로는 가장 어렵고 힘든 삶이었음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한다는 사실, 산후 조리도 못한 상태에서 피난을 가야했던 것, 성전에서 외아들인 예수님을 잃어버렸던 사건, 그리고 공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심정,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그냥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서도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아마 평생 귀한 주님을 알기 위한 노력을 하셨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관점 속에 파묻혀서 주님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늘 주님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분명히 더 큰 기쁨을 내 삶 안에서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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