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마태오 19장 13-15절
<한 인간 존재에 대한 극진한 존중과 배려>
우리네 인생 여정 안에서 ‘존재에 대한 가치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 회사원에 대한 윗선에서의 존중과 배려,
다시 말해서 존재에 대한 가치 부여는 그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동시에 파격적인 업무 성과를 올린다는 보고를 보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동료들, 그리고 청소년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주 체험한 바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감사와 인정, 칭찬의 메시지를 보낼 때, 그가 공동체를 위해 물불가리지 않고, 밤낮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이 어린이들이 스승님께 다가오는 것을 보고 꾸짖자, 이렇게 만류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오 복음 19장 14절)
예수님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극진한 존중과 배려가 눈에 띱니다.
그분께서는 시대를 앞질러 인권의 가치와 소중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당시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던 어린이들, 그들에게도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영적 차원에서 그들이 지닌 우월성을 눈여겨보십니다.
그들의 천진난만함, 영적인 순수함, 맑은 영혼의 가치를 인정하셨습니다.
돈 보스코 역시 인간 존재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데 있어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토리노 시 외곽 벽돌공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는 청소년들, 그 시대 어른들 눈에는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받던 그들을 향해 결연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젊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토리노 시 뒷골목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던 또 다른 청소년들, 당시 기성세대의 시선으로는 기대할 것이 없던 그들을 향해 돈 보스코는 확신 같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러분도 성인(聖人)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주 병약해 보이는 한 작은 소년에게 돈 보스코는 자신의 손바닥을 펴서 다른 손으로 절반을 나누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모든 것의 절반을 네게 준다.
너는 엄청난 능력과 잠재력의 소유자이다.
너는 앞으로 나와 함께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소년이 바로 돈 보스코가 세상을 떠난 후에 살레시오회 2대 총장이 된 루아 신부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참으로 신비스런 존재입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인간의 얼굴을 밝은 거울에 비추어보면 천사처럼 빛나는 사랑스런 존재처럼 보이지만, 어둡고 으슥한 뒷골목에서 어두운 거울에 비추어보면 살기로 번득이는 야수의 얼굴로 변화되기도 한다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인간 존재라는 것, 때로 철저하게도 이중적입니다.
때로 숱한 자기모순 속에 살아갑니다.
때로 근원적으로 결핍되고 무능한 모습을 지닙니다.
때로 더없이 사악한 폭군으로 변하기도 하며, 때로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그래서 때로 한 인간 존재는 다른 인간 존재에게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합니다.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합니다.
인간 존재를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한 인간 존재가 다른 인간 존재를 심연의 고통과 죽음으로 몰고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신비스러운 것이 인간 존재가 마냥 그렇지는 또 않습니다.
때로 한 인간 존재가 천사의 모습으로 빛날 때가 있습니다.
때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한 인간 존재가 마치 구원자 예수님처럼 다가오는 순간도 있습니다.
때로 한 인간 존재가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오늘도 한 인간 존재가 내게 고통의 근원, 방황과 갈등의 원인으로 다가온다 할지라도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존재에 대한 가치 부여를 위해 애를 써야겠습니다.
은혜롭게도 한없이 부족해보이고 나약해 보이는 나를 향한 주님의 시선은 언제나 초 긍정적 시선이요, 초 낙관주의적 시선입니다.
그러한 주님의 관대하고 부드러운 시선을 오늘 병든 나의 영혼을 재조명하고 일어서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숱한 죄와 불충실로 인해 부끄러운 우리지만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계십니다.
“그대의 인생은 아주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대의 인생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존귀합니다.
그대는 내게 정말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대가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에 걸맞은 성(聖)스런 삶을 살아가십시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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