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너무나도 바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해야 할 일들이 몰려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을 단 일주일 만에 모두 끝냈습니다. 계속해서 잠을 줄여가면서 강의, 원고, 방송 준비를 해야만 했고, 여기에 다음 달에 있을 순교자 현양대회 준비까지 신경 쓸 것들이 너무나 많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마치는 순간, 피곤함이 밀려오더군요. 스스로에게 포상을 주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그 많은 일들 하느라 수고했다. 내일 늦잠 자도 괜찮으니까 푹 자.’
그래서 알람도 맞춰놓지 않고, 커튼까지 쳐서 제 방을 완전히 암실처럼 어둡게 해놓고 잠에 빠졌습니다. 너무나 개운한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입니다.
‘저녁 9시에 잤으니 도대체 몇 시간을 잔거야?’
그런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었지요. 대낮이 아닌 것 같아서 커튼을 살짝 걷어서 보니 한밤중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낮 12시 30분이 아니라, 밤 12시 30분이었습니다. 저는 고작 3시간 30분만 자고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때보다도 개운하고 맑은 정신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약간의 쉼만 있어도 피곤함을 풀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다보니 계속해서 피곤함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신경도 많이 날카로웠던 것 같습니다.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우리들은 그 노력조차 하지 않을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틀에 갇혀서 ‘할 수 없다.’, ‘그렇게는 안 된다.’ 등의 말로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오늘 혼인잔치를 베푼 임금에게 초대받은 이들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은 임금의 초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데 급급합니다. 그래도 초대에 응답하라고 종들이 말하자 그 종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하지요. 임금의 초대보다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보다 임금의 초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가장 먼저 혼인잔치에 갔을 것입니다. 또한 임금이 보낸 종을 때리고 죽이는 무례한 행동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에 대해 임금은 군대를 보내서 처벌을 합니다. 이렇게 무례한 사람들에게 당연히 해야 할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무례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세상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일은 늘 뒤로 미루기만 하고 있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틀 안에 갇혀 있으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틈 자체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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