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이 너무나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요즘 조금 바빠서 미용실에 한참동안을 가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시간을 내서 동네 미용실로 머리카락 손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미용사가 제게 “손님,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저는 “짧게 잘라주세요.”라고 간단히 말했습니다. 제 머리카락이 워낙 뻣뻣해서 조금만 길어도 지저분해지거든요. 더군다나 더운 여름에 굳이 긴 머리를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용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간단하게 “그냥 더워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에 웃습니다. 본인이 기대했던 대답과 달랐나 봅니다. 사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깔끔하게 정리해주세요.” 아니면 “앞머리는 어떻게, 뒷머리는 이렇게, 옆머리는 저렇게...” 식으로 말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짧게 잘라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마음의 심경을 흔드는 어떤 일이 있든지 아니면 단호한 결심이나 각오를 새로 할 때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더워서 그리고 머리가 워낙 뻣뻣해서 짧게 자를 뿐이었습니다.
남에 대한 판단은 의외성을 가져올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남에 대한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들은 아니었을까요? 특히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면 더욱 더 그 판단의 강도를 높이면서 비판을 합니다. 그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 제자들이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비판합니다. 바로 조상들의 전통에 따르지 않는 제자들이 옳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자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예수님 역시 똑같이 옳지 못한 사람으로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마르 7,8)
하느님의 일을 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면서, 사람의 전통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핏대를 세우며 말하는 그들의 위선을 지적하시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주님께서 말씀하시고 강조하신 사랑의 계명보다 세상의 조건들이 더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주님과의 소중한 만남에서 하느님의 뜻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판단하고 단죄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전통만을 지키고자 하면 섣부른 판단으로 아픔과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자 하면 함부로 판단을 할 수가 없지요.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옳은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감히 판단하고 단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처럼 사람의 전통을 비롯한 세상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만이 사람을 더럽힐 뿐입니다(마르 7,23 참조).
제1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힘주어 외치고 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무엇을 보태서도 안 되고 빼서도 안 된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내리는 주 너희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야 한다.”(신명 4,2)
사람의 전통이 아닌 하느님의 명령인 계명을 지키는데 조금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잘못된 판단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판단, 모두를 사랑으로 이끄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제2독서의 야고보 사도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22)
주님의 말씀을 실행하는 참된 자녀가 되는 행복한 오늘을 만들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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