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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13 조회수 : 389

하마를 아십니까? 조금 우스꽝스러운 얼굴과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는 하마를 다큐멘터리 방송 등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낯이 익을 것입니다. 순진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아주 사납게 변한다는 사실도 대부분 알고 계시지요. 저 역시 이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미처 몰랐던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마는 호수·하천·늪 등에서 지내고, 하루 중 대부분을 물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헤엄을 잘 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몸이 거대한 하마는 헤엄치지 않고 그냥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올 뿐이랍니다. 

실제로 어느 동물원에 큰 비로 홍수가 났는데, 사육사들은 다른 동물들을 피신시키면서 하마는 헤엄칠 줄 아니까 제일 나중에 구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마는 헤엄을 치지 못해서 모두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사육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하마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웃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들 역시 지례짐작으로 이웃을 평가하고 판단했던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잘 할 줄 알았지만 전혀 못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 못할 것 같지만 너무나 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판단으로 인해 이웃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늘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전하며, 학대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랑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씀이지만, 그만큼 사랑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자신의 틀에 갇혀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내 기준에만 맞춘 심판과 단죄에서 벗어난 사랑만이 주님의 사랑을 따르는 것이고 이로써 주님으로부터 더 큰 선물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움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아주 깨끗하게 집안을 청소하고 꾸몄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도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누가 와서 깨끗한 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면 어떠시겠습니까? 화가 나서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입니다. 얼마나 당신 마음에 드셨는지 계속해서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이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듭니다. 더러운 죄로 물들이고, 주님의 창조물을 함부로 파괴합니다. 분명히 화가 나실 법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다시금 기회를 주십니다.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지켜야 합니다. 그 사랑이 주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을 더욱 더 보시니 참 좋게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제 인천 교구의 구본영 제랄드 신부님(재단법인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 37세)께서 2018년 9월 12일(수요일) 오후 12시 30분경 하느님의 품으로 선종하셨습니다. 이제 겨우 37세밖에 되지 않으셨는데 하느님께 불려가셨네요. 너무나도 선한 신부님, 항상 웃는 신부님이신데...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장례일정]
◇ 분 향 소: 교구청 보니파시오 대강당
◇ 입관예절: 9월 13일(목) 오후 2시 (국제성모병원 장례예식장 입관실)
◇ 입관 후 미사: 9월 13일(목) 오후 3시 (교구청 보니파시오 대강당)
◇ 출관예절: 9월 14일(금) 오전 8시 30분 (국제성모병원 장례예식장 예식실)
◇ 장례미사: 9월 14일(금) 오전 10시 (답동 주교좌 성당)
◇ 삼우미사: 9월 16일(주일) 오후 2시 (하늘의 문 묘역 성직자 묘역)
◇ 장 지: 하늘의 문 묘원 성직자 묘역 인천시 서구 드림로 472 (032-564-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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