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9월 1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14 조회수 : 360

어떤 자매님의 부모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잘 생기고, 집안 좋은 것 다 필요 없더라. 그저 성실하고 근면한 것이 최고야.”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렇게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집안 형편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근면한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성실하고 근면한 이 정도의 남자라면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에 자주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실함은 사실 무능한 탓이고, 근면함은 소심함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가장 큰 단점으로 바뀐 것이지요. 

단순히 성실하고 근면하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최고의 덕목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최고의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입니다. 이 사랑이 없다면 다른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실체와 허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가 아닐까요? 세상의 것들, 물질적인 것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실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에 이 모든 것들이 실체가 아닌 허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돈을 생각해보십시오. 딱 1억만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1억이 채워지면 10억이 있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또 10억이 채워지면 100억 원이 있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돈이 행복하게 살게 하는 실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허상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참 실체는 오직 십자가뿐입니다. 주님께서 직접 십자가를 지셨고, 이 십자가에서 죽음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당신을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세상의 것과 물질적인 것들이 구원을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허상에 불과하다면, 우리 구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십자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실체입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실체일 수밖에 없는 나의 십자가를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십자가는 구원의 커다란 영광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실체이지만, 그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즉, 십자가의 영광은 주님께서 직접 보여주셨듯이 십자가의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나의 십자가를 기쁘게 짊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구원은 십자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