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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26 조회수 : 310

어느 책에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이 유독 서글퍼지는 때는 30대라고 말하더군요. 20대에는 입시에서 해방되어 독립을 만끽하고 많은 꿈을 꾸는 순간이지만, 30대에 접어들면 취업, 결혼, 인생과 같은 단어들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랍니다.

이 글을 보면서 내게 있어서 나이의 앞 숫자가 ‘3’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서글퍼지기보다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1월 28일 사제서품을 받았던 해가 바로 ‘3’으로 바뀌는 30대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30대를 기쁘게 맞이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다면 나이의 앞자리가 ‘4’로 바뀔 때에는 어떠했을까요? 솔직히 강의나 글 쓰는 것으로 너무 바쁜 시기를 보냈었기 때문에 어떻게 맞이했는지 기억조차 없습니다.

이제 제 나이의 앞 숫자가 ‘5’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제야 숫자가 바뀐다는 것이 조금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걱정들이 제 마음에 들어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아야 한다는 걱정도 생기고, 흰 머리카락이 많아지고 노안이 심해지면서 나이 듦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워집니다.

서글퍼지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 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느라 정신없이 살았던 30대와 40대를 떠올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됩니다. 바로 주님께 온전히 맡기는 삶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걱정들과 불안을 주님께 맡기면서 지금 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하게 산다면 서글픔보다 오히려 기쁨의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열두 제자를 파견하십니다.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주라고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제자를 파견하면서 뜻밖의 말씀을 하시지요.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마라.”

간단히 옆집 다녀오는 것이 아닙니다. 먼 곳을 떠나는 여행이고, 커다란 임무가 부여된 여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필요하다 싶은 지팡이나 여행 보따리, 빵과 돈, 그리고 여벌옷까지도 지니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걱정되고, 어떻게 될까 라는 불안감도 생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제자인데도 챙겨주기는커녕 가져가지도 말라고 하시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는 세상 것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님만을 믿고 의지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 것에 의지하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불안해하고 걱정합니다.

지금 우리는 과연 주님께 의지하고 있을까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수록 주님께 내 자신을 맡기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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