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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05 조회수 : 345

어떤 분이 제게 묻습니다. 

“신부님, 하는 일도 많은데 어떻게 개들까지 키우십니까? 힘들지 않으세요?”

바쁘게 지내는 저를 보면서 개들까지 돌보는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지요. 물론 정신없이 바쁠 때에는 때로는 짐처럼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키우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삶 안에서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키우는 개들은 시각장애인 안내 견으로 유명한 종입니다. 그러나 이 개들이 제게 물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료나 간식 값, 그리고 약값 등으로 물질적인 손해를 가져다줍니다. 또한 안내 견답게 산책할 때 저를 안전한 길로 안내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훈련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디로 튀어나갈지 몰라서 오히려 제가 줄을 묶어서 길을 안내해줍니다. 제가 필요한 물건을 저 대신 사오는 심부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써야 하는 글들을 대신 써주지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이 개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제게 큰 즐거움을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같이 뛰어놀면 기분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모릅니다. 제게 몸을 기대며 어리광을 부리고, 벌러덩 누워서 자기 배를 문질러달라고 할 때에는 큰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꼬리가 떨어질 듯이 신나게 흔들면서 저를 쫓는 모습에 어떻게 기분이 안 좋아지겠습니까?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가 보살펴주어야 할 대상이고, 경제적인 손해도 많이 끼치는 개들이지만 잠깐 잠깐 웃음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함께 합니다. 

단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들이 만나는 사람들도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우리들을 향해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식사를 베풀 때 보답할 수 없는 사람을 초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에게서 받을 수 없는 보답은 나중에 하느님으로부터 보답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시지요. 그런데 그 보답은 정말로 나중에만 받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랑의 실천을 하게 되면 그 자체로 행복해집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만족할 만한 것인데도, 세상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이득만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여주신 사랑을 묵상해보십시오. 하느님께서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취해서 우리와 똑같은 위치로 내려오셨지요. 또한 이 세상에서 다스리고 이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패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한 당신의 사랑,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어떠한 사람도 제외시키지 않는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이만큼 받아야 한다.'는 합리성을 따져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처럼,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이만큼을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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