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5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루카 17,20-25 (하느님 나라의 도래, 사람의 아들의 날)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서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으시고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날을 하루라도 보려고 갈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날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을 받아야 한다.”
< 우리 안의 하느님나라 >
하느님나라는
하느님께서
하느님이신 나라입니다
돈이 아니라
권력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오직 하느님께서
하느님이신 나라입니다
오직 하느님께서 하느님이시기에
미움은 사라지고 하느님의 사랑만이
불의는 사라지고 하느님의 정의만이
폭력은 사라지고 하느님의 평화만이
차고 넘치는 나라입니다
오직 하느님께서 하느님이시기에
인간과 세상이 주는 슬픔 대신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만이
인간과 세상이 주는 절망 대신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만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하느님나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느님나라는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펴며
하루를 감사히 맞이하는
우리의 겸손한 마음 안에
여보세요, 잘 지냈어?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의 반가운 목소리 안에
환한 웃음 가득 머금고
차 한 잔 하며 허물없이 나누는
우리의 정겨운 이야기 안에
길거리 웅크린 낯선 가난한 이에게
천 원 한 장 하나 살그머니 내놓는
우리의 따스한 손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정성껏 바치는 간절한
우리의 묵주기도 안에
무엇인가 잘못해 어쩔 줄 모르는 친구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어깨를 도닥여주는
우리의 너그러움 안에
시기 질투 모욕에 애써 눈 돌리며
공동체를 위한 귀한 헌신
아끼지 않는 작은 벗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아낌없는 격려 안에
할머니 이리 앉으세요,
괜찮다며 손사래 치는 분
손을 이끌며 자리를 양보하는
우리의 곱고 아름다운 마음 안에
야근하는 동료가 안쓰러워
함께 남아 주는
우리의 따스함 안에
아버지, 어머니
오늘 하루도 많이 피곤하셨지요,
이리 와서 편히 쉬세요,
제가 맛있는 저녁 차릴게요,
약주도 한잔 하시구요 라는
우리의 감사하는 마음 안에
아들아, 딸아 힘내렴,
네가 가진 무엇이 아니라
네가 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네가 마냥 소중하단다,
풀죽은 아이들
웅크린 어깨 토닥이는
우리의 든든한 지지 안에
지친 마음과 몸이지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열정을 태우는
우리의 성실함 안에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찬란한 부활을 꿈꾸며 바치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 안에
가난하고 억눌린 벗들과 맞잡은
우리의 굳센 두 손과
더 이상 짓밟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온 몸과 마음으로 외치는
우리의 결연한 함성 안에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 하루 만난 사람들과
오늘 하루 일구어낸 모든 일들에 대해
감사기도를 바치고
오늘 하루 모든 얼룩에 대해
용서와 화해의 기도를 바치며
주님의 품 안에서 하루를 마치는
우리의 거룩함 안에
하느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정성껏 봉헌하는 거룩한 미사 안에
셀 수 없이 수많은 순간순간
하느님 나라는 바로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수많은 순간순간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느끼지 못합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모두
우리 안에 있는 자그마한
하느님 나라를 찾아보시기를
그리고 오늘 하루를 마치며
작은 웃음 지을 수 있으시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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