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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18 조회수 : 305

어느 형제님께서 새해에 어느 지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그 집의 어르신께 세배를 올리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르신, 백수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매우 불쾌한 표정일 지으시면서 아무런 덕담도 해주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자리를 일어나서 지인에게 어르신이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신다면서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지인이 어떻게 인사 했는지를 묻습니다. “백수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라고 대답하니,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이보게. 우리 아버지가 올해 99세야. 백수하라고 했으니, 1년만 더 살라고 들으셨을 것이 아닌가? 당연히 기분이 나쁘시겠지.”

이 말을 듣고서는 크게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방에 들어가 “다시 세배 올리겠습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인사하자, 그제야 밝게 웃으시며 “자네도 복 많이 받고 내년에 또 오시게.”라고 덕담을 하시더랍니다.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이 과연 어르신의 욕심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아마 새로운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없고, 자신 역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누구나 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의 삶만이 스스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이 삶 안에서 내가 행한 모든 것들을 통해서 죽음 이후의 삶이 결정됩니다. 

주님께서는 종말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분명히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어떻게 최후의 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요?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힘들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후 심판의 날은 반드시 오기 때문에, 이 날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특히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십니다(마르 13,32 참조). 심지어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로지 아버지 하느님만 아시기 때문에 매 순간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 말하는 재앙의 때가 올 때, 구원을 받을 책에 쓰인 이들입니다(다니 12,1 참조). 내 사랑의 실천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책에 기록하듯이 우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에 기록된 이들이 영원 무궁히 빛날 것이라고 말합니다(다니 12,3 참조).

걱정과 두려움이 필요한 지금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없애시려고 당신 스스로가 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계속해서 이 구원의 길로 올 수 있도록 기다리십니다(히브 10,12-13 참조). 그렇기 때문에 주님 안에서 커다란 희망을 가지고서 그 하느님 나라 안에서의 삶을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사랑의 실천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주 좋은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승용차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또한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얼마가지 않아서 그 누구도 고급차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고급차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정비하고 관리한다면 어떨까요? 오랫동안 고급차로 인정받게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물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훌륭함을 당연히 간직할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 나의 소중한 가치도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나의 훌륭함과 그 소중한 가치를 계속해서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실천하며 사는 우리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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