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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22 조회수 : 347

11월 22일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루카 19,41-44

< 나 때문에 우시는 하느님! >

혹시 최근 누군가 때문에 눈물 흘리신 적이 있습니까? 
오늘 그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돌아서서 남몰래 홀로 흐느끼는 그의 모습이 안스러워서, 그가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과 상처가 극심해서...

갈 길 잃고 방황하는 자녀들, 잘못된 길이 분명한데, 끝도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자녀들 때문에 밤낮없이 기도하며, 대성통곡 터트리는 부모님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부모라는 게 뭔지, 자식이라는 게 뭔지...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도 우십니다.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 예루살렘 때문입니다. 
동시에 바로 오늘 우리들 때문입니다.  
 
그리로 가면 멸망의 길이 뻔한 데도, 그 어떤 타이름이나 경고의 질책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그 길로 직진함의 끝이 얼마나 참담하고 혹독한 것인지를 잘 알고 계시는 주님이시기에, 눈물을 흘리시는 것입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루카 복음 19장 43~44절)

사실 루카 복음서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자비의 책입니다. 
인간 말종 자캐오에게 구원을 확증하셨습니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었던 예리코의 소경에게 새 삶을 선물하셨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던 나병환자들에게 보송보송한 피부를 되찾아주셨습니다. 
당대 유명한 죄많은 여인의 마음을 받으시고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우리의 죄, 우리의 결핍, 우리의 방황, 우리의 죽음을 결코 견딜 수 없었던 주님께서 오늘은 우리 때문에 우십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왕의 왕, 삼라만상의 창조주, 하느님께서 가련한 한 인간, 바로 ‘나’ 때문에 우신다는 것, 얼마나 감사롭고 은혜로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고 계신 주님께서 또 다시 우실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이천년 전 영적인 눈이 먼 동포들,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 이스라엘 도성,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고, 끝끝내 우상숭배에서 돌아서지 않는 유다를 바라보시며 우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를 보시고 또 우십니다. 
 
말 많았던 ‘화해 치유 재단’을 해산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할머님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는 커녕, 더 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만 안겨드렸던 화해 치유 재단이 지금이라도 해산된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 잘난 재단에 기껏 10억엔을 출연하면서, 앞으로 더 이상 위안부 문제는 입밖에 뻥끗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고, 놀랍게도 지난 정부는 졸속 처리된 ‘한일 위안부 합의’합의서에 아무 생각도 없이 서명을 했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해 치유 재단의 해산은 반드시 한일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의 전격적인 파기로 이어져야 마땅합니다.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화해 치유 재단을 해산하겠다는 소식에 아베 총리는 ‘국제 약속’ ‘국가 대 국가’‘ 무책임’ 운운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전국산천에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는 친일 세력들도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겠지요.

이웃 나라 수많은 청춘들을 본인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이역만리 전쟁터로 끌고 간 분들, 그 아리따운 청춘들을 무참히 짓밟고 망가트려버린 분들이, 아직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도 않고, 진정성있는 공식적인 사과를 단 한번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이런 그들의 사악함과 치졸함, 후안무치함과 비양심을 보시고 우실 것입니다. 
평생 고통 속에 살아온 우리 할머님들의 깊은 상처를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무관심을 보시고 또 우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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