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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26 조회수 : 340

외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마을에 아침마다 침대 주위를 수차례 돌고서야 일과를 시작하는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동네 의사를 찾아가서 상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말을 듣고 강제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묶어 두었습니다. 사실 이 동네 의사는 정신과 전공의가 아니었습니다. 워낙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라서 정신과 의사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마을에서는 실력 좋은 의사라고 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를 믿고 따랐습니다. 

얼마 뒤, 아이의 이 습관을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부모는 너무나도 기뻤지요. 의사에게 감사의 인사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병을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이의 행동 자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 원인을 먼저 찾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기보다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이지요. 

나중에 아이의 일기를 통해 침대 주위를 수차례 돌았던 것은 심리적인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 나름대로는 침대 주위를 돌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했던 것이었는데, 이를 하지 못하게 하니 도저히 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보지 않고 결과만을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무조건 틀렸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말과 행동을 하게끔 했던 문제의 원인을 찾으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부자의 헌금과 빈곤한 과부의 헌금이 비교되어 등장합니다. 여기서 칭찬하는 사람은 많은 헌금을 했던 부자가 아닌, 아주 적은 헌금을 한 과부였습니다. 아마 많은 헌금을 한 부자가 더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헌금의 액수만 보고서 ‘대단하다’라고 말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헌금의 액수를 보시지 않고 그 헌금이 있기까지의 과부의 정성을 보셨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수단이나 방법은 어찌 되었든 간에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결과에 늘 주목합니다. 이에 반해서 주님께서는 결과보다는 정성이 담긴 과정에 더 주목하십니다.

주님의 이 모습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 다른 이에 대해서 결과만을 보면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과정을 바라보고 사랑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 때 주님을 닮은 참 제자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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