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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11 조회수 : 288

저는 지난 주 월요일에 이태리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사제관에 돌아와서 저의 짐을 푸는 순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짐의 양이 너무나 많은 것입니다. 13일간의 일정이니 짐이 많을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많은 짐을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 옷의 양도 줄이려고 했고, 속옷도 일회용으로 가져가면서 짐의 양을 줄였습니다. 또한 진공 팩을 이용해서 부피까지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지 사진을 잘 좀 찍어보려고 하다 보니 렌즈의 숫자가 늘어났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짐이 그렇게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별 무리 없이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방의 무게가 저의 어깨를 누르더군요. 결국 카메라 렌즈의 대부분은 큰 가방 안에 들어갔고, 무거운 카메라보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무겁지 않다고 생각했던 짐은 세상에서 제일 무겁고 제일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게 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짐을 꾸리는 것이라고 여행 전문가들은 말하지요. 한두 번 사용할 물건들을 가방에 채우다보면 너무 많은 짐의 크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없어도 되는 것들을 제외시켜 나가다보면 짐 때문에 여행 자체가 힘들어지는 어리석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줄여나가면 괴나리봇짐 정도의 양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예전에 자전거 여행을 할 때에 짐이 너무나 무거워서 이틀째에 모든 짐을 상자에 담아서 집으로 택배를 보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머지 일주일을 아주 자그마한 짐만으로도 여유 있게 생활했습니다. 

지금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주님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짐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이 주님을 따르는 길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대상이 되는 나의 이웃들을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에는 주님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가 중요한데, 그 핵심은 바로 가장 작은이들을 향한 사랑 실천이었습니다. 이 사랑 실천이 과연 내 욕심과 이기심이 가득한 곳에서 가능할까요? 아니었습니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짐들을 줄여나가야만 가능합니다. 대신 내 마음 안에 사랑과 평화, 기쁨 등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내 자신이 짊어진 짐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이면 분명히 얼마 못가서 무거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짐이라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까지도 기쁘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멍에는 편하고 주님의 짐은 가볍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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