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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26 조회수 : 298

양은 지독한 근시라서 바로 제 눈앞의 것도 잘 보지 못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앞서가는 동료 양만을 따라만 다닙니다. 심지어 한 마리 양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줄줄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 양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무척 게으르다는 것입니다. 양은 자기 우리 안에서도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게으릅니다. 그래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양 무리 사이에 염소 몇 마리를 섞어 두는 것이 주인의 지혜입니다. 

우리도 이 양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돈이나 명예만을 쫓으면서 죄의 굴레에 계속 빠집니다. 또한 주님의 뜻을 따르는 데는 엄청나게 게으릅니다. 나중에 기도하고, 나중에 사랑하고, 나중에 용서하고... 이런 식으로 ‘나중에’만 외치는 엄청 게으른 우리입니다. 

이제 주님을 보지 못하고 세상 것들만을 쫓아 사는 우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데 게을러서도 안 됩니다. 선천적으로 시력 나쁜 것을 고칠 수는 없겠지만 주님만을 따라가면 안전한 길로 기쁨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또한 주님의 뜻을 떠올리면서 실천하는데 성실한 우리가 될 때 착한 양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큰 사랑을 주셨지요. 십자가 안에서 주어진 하느님의 용서라는 충만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시는 큰 선물로 우리의 죄를 모두 용서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선물들을 기억한다면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를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현대의 대표적인 영적 스승인 칠층산의 저자인 토마스 머튼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형제자매는 될 수 있으나 관리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들도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소유이지 나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곧 그들의 관리자가 되려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관리자의 모습으로 이웃들에게 다가선다면 사랑이 아닌 똑같이 관리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겠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하느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죄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이웃들에게 사랑으로 다가서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의 사랑을 한껏 받으면서 기쁨 안에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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