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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7일 _ [복음단상] 최규화 요한 세례자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7 조회수 : 316

마음 안의 광야와 사막에 길을 내고 강을 내시는 분!


 오늘 독서와 복음을 보면 떠오르는 말씀이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독일의 신학자 ‘본 회퍼’는 ‘산상 설교’의 이 말씀에 대해 “누가 마음이 깨끗한가? 자기가 저지른 잘못으로도, 자기가 행한 선한 일로도 마음을 더럽히지 않는 사람이다.”(흔들리지 않는 신앙, 107)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기는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봐도 저의 선행에 입을 다물 수는 있으나 잘못은 때마다 튀어나와 저를 괴롭히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독서와 복음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을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는 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이렇게 하시는 이유는, 당신이 선택한 백성에게 물을 마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우리에게도 물을 마시게 하고 싶어하실까요? 그러기 위해 광야 같고 사막 같은 우리 마음 안에 길을 내고 강을 내고 싶어하실까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여자를 붙잡아 예수님 앞에 세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여자가 ‘죄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죄를 짓고 당신 앞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바라보십니다. 그가 지은 죄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보십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즉시 답하지 않고 땅에 무언가를 쓰시면서 여인을 단죄하려는 그들의 마음에 제동을 거십니다. 그리고 그들도 그 여자를 보도록, 그 여자의 갈망을, 살고 싶다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보도록 초대하십니다.

 우리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나는 명확히 드러난 나의 죄에도 불구하고, 나의 죄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더 나아가서 나의 마음속 깊은 갈망을 읽어주시는 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가 죄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주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죄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자신의 깊은 갈망을 읽어주신 것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주님을 향해 더 깊이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도 바오로 사도처럼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필리 3,13)라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음 안의 광야와 사막에 길을 내시고 강을 내시는 주님을 기억합시다.


글. 최규화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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