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어렸을 때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데 집 바로 옆에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된 상태였지요. 이 아저씨는 집에 들어가려는 저를 향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 손을 잡아끌면서, “아저씨랑 같이 살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너무 무서워서 아저씨의 손을 뿌리치면서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뒤로 제일 무서운 사람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술 마신 사람이었습니다. 술 마신 사람들이 보여주는 불그스레한 얼굴, 점점 커지는 목소리, 술을 이기지 못해서 비틀거리는 모습 등은 어린 저에게 이런 다짐을 하게 했습니다.
‘나는 커서 술을 절대로 마시지 않겠다.’
그로부터 4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어떨까요? 어렸을 때의 다짐을 지금도 지키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많이 마시지도 또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좋아서 때로는 꽤 많은 양을 마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술 마시는 저의 모습을 보고서 혹시 그 누군가는 ‘나는 술을 절대로 마시지 않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네요.
내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상대방을 단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 역시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늘 조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내 죄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만찬에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유다 이스카리웃을 꾸짖고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죄의 유혹에서 벗어나 주님의 뜻에 철저하게 따르는 참된 제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데 제자들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자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만 말합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심지어 유다 역시도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묻습니다. 자신은 아닐 것이라고 그래서 절대로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제자들이었지요. 그러나 그들 역시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제자들도 이렇다면 우리는 더 하지 않을까요? 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을 인정하면서 늘 스스로를 조심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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