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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2일 _ [복음단상] 이근덕 헨리코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5-12 조회수 : 299

부활 제4주일


  사람의 목소리는 저마다의 색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든 쉽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스럽게 경계합니다.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디 목소리뿐이겠습니까? 친한 사람들끼리는 발소리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 사람이 드러내는 몸짓과 소리는 그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고유한 표지가 됩니다. 그가 선하고 좋은 사람이면 소리만 들어도 반갑고 화색이 돌게 마련이고, 악하고 나쁜 사람이면 소리만 들어도 움츠리고 무서워 떨게 됩니다. 그래서 소리가 다가오기 전에 멀리 도망쳐 버립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좋은 일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기도 전에 좋아합니다.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종일 목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손끝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발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놓치지 않으려고 분주합니다. 거기에는 분명히 좋은 것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양 떼를 좋은 풀로 인도하는 착한 목자처럼 주님께서는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십니다. 생명의 양식을 이미 맛본 이들은 그 양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주님을 따릅니다. 그리고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잃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돌보십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서는 단 한 마리의 양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돌보십니다. 그것이 아버지와 하나를 이루는 당신의 사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먹을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굳이 생명의 양식이 아니더라도 나를 배부르게 하는 맛있는 것들이 널려 있습니다. 가끔 탈이 나기도 하지만 그 맛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목자는 먹으면 탈이 나니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미 맛을 본 이상 절로 향하는 발걸음을 참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목자 몰래 도망을 치려고 눈치를 봅니다. 전에는 목자를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목자의 눈치를 살핍니다. 

  착한 목자는 자주 배탈이 나서 고생하는 양들을 알고 있습니다. 독이 든 풀이 있는 곳을 드나드는 고약한 녀석들입니다. 때로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야단을 쳐보지만 그때뿐입니다. 그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자꾸 배탈이 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목자는 언제나 양들이 좋은 풀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늘도 노심초사 몰래 빠져나간 양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양들을 부르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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