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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5-20 조회수 : 254
저는 만년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글을 만년필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만년필은 비록 고가는 아니지만 가볍고 필기감이 좋으며 제 손에 딱 달라붙을 정도로 느낌도 좋습니다. 그밖에도 장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제가 잘 쓰고 있는 만년필을 보고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신부님, 왜 그런 만년필을 쓰는 거예요? 유명 브랜드도 아니고, 필기감도 떨어지지 않나요? 저도 이 제품을 써 본 적이 있는데 못 쓰겠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만년필에 대한 나쁜 말만 늘어놓는다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에 상대방에게 반대의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고, 또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되면 그냥 무시하면서 침묵할 것입니다. 

만년필에 대한 예를 이렇게 말했지만,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에 대해서 누가 흉을 늘어놓습니다. 이때에 기분이 좋을까요? “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라면서 맞장구를 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 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이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왜 신앙심이 생기지 않는 것일까요? 주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님을 좋아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주님을 좋아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누가 뭐라 해도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믿음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세례를 받으면 저절로 주님께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주님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주님께 대한 믿음도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받아 먼저 지켜야 합니다. 이렇게 먼저 지켜나갈 때 주님의 사랑을 받게 되고, 언제나 주님과 함께 하는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주님의 계명을 따르는 것조차 주님께서 알아서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내 자신이 주님의 계명을 따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주님과 함께 하면서 주님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 또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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