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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6 조회수 : 297

지난주에 저의 아홉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새로 나온 책을 부모님께 드리면서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지요. 

“아버지, 제 아홉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 좀 읽어 보시고 평을 해주세요.”

사실 읽어달라고는 했지만 읽지 못하실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흔 넘은 고령이시고, 더군다나 몇 년 동안 계속된 수술로 인해서 몸이 많이 약해지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께도 따로 책을 드렸는데, 다음날 전화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가 너무 힘들구나.”

어머니가 제 책을 읽으시리라 생각 못했습니다. 어머니 역시 연세가 많으시고 백내장 수술도 하셔서 글을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아들이 쓴 책이라고 읽으려고 노력하셨나 봅니다. 이렇게 책도 출판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했을 뿐인데 괜히 부모님 마음에 짐을 안겨드렸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큰 지를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부모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희생이고 사랑이었습니다. 이 사랑을 깨달으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고,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과 일치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사랑’으로만 가능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데 과연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부정적인 마음으로 다가가면서 “하나가 되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기준은 ‘사랑’이었습니다. 이 사랑에 의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활동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랑이 없다면 절대로 하나를 이룰 수가 없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우리 역시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청하십니다. 사랑 안에서만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이루는데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말도 합니다. 이렇게 일치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서는 주님과도 일치를 이룰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기준을 새롭게 세워야 합니다. 즉,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 안에서만 일치를 이룰 수 있고,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랑에 의해서 기쁨과 희망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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