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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9일 _ [복음단상] 이근덕 헨리코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9 조회수 : 345

성령 강림 대축일


  주님의 숨결이 성령의 바람이 되어 불어옵니다. 그 바람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생명이 되어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생기를 불러일으킵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의 숨결이 바람이 되고 영이 되어 우리의 상처를 모두 감싸 안아 새살이 돋게 합니다. 답답하고 무겁게 짓눌렀던 가슴 속 응어리들이 어느새 사그라져, 깊은숨 내어 쉬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평화롭고 자유로운 것을 ……. 왜 진작 내려놓고 용서하지 않았을까?’ 원망과 분노에 가득 차 무거운 마음으로 힘겹게 살아온 시간이 참으로 어리석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주님이 불어 넣어주시는 사랑 가득한 숨결을 느껴봅니다. 온몸 가득 감아 도는 성령의 기운이 나를 흔들어 깨웁니다. 온갖 집착과 어리석음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의 결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듯 약동하며 일어납니다. ‘나에게도 이런 기운이 있었던가?’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신비로운 생명의 기운이 내 안에서 용솟음칩니다. 어두웠던 눈이 밝아지고 무거웠던 몸이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들리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주님 손길 가득한 생명의 향연이 눈부시게 찬란한 빛에 싸여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보다 더 좋을까? 새롭게 약동하는 심장의 박동이 달아오릅니다. 발그레 상기된 얼굴은 흡사 첫사랑을 들킨 수줍은 소녀의 그것처럼 어쩔 줄을 모릅니다.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고 손과 발이 춤춥니다. 넘치는 생기를 주체할 길 없어 함박웃음 지어대며 이리저리 뛰놉니다. 성령의 불이 내게 내려와 나를 타오르게 합니다. 한 줌 재가 될 때까지 불사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심장은 터질 듯 두근대는데 마음은 한없이 평화로우니 어찌 된 일입니까? 새로워진 온 세상이 이렇듯 아름다우니 어찌 된 일입니까? 사랑의 불꽃이 내 안에 타올랐으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주님의 영이 나를 이끄시어 세상에 온통 ‘사랑하라.’ 명하십니다. 그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왔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영은 우리에게 사랑이신 하느님을 굳게 믿고 효성을 다하며 그분을 두려워할 줄 알게 하십니다. 또한, 세상의 선과 악, 빛과 어둠, 정의와 불의를 잘 알아 슬기롭게 구별하게 하시고, 온갖 지혜와 굳은 의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어둠의 세력을 물리쳐 이기게 하십니다. 주님께서 택하시어 영으로 안으시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 싱글벙글 춤을 추며 당신 사랑 노래하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주님의 성령이여! 저희 안에 내리소서.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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