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교회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교부시대부터 쓰였다. 정식으로 이 칭호를 성모님께 부여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3~65)였고 교회헌장에 나타나 있다. ‘교회의 어머니’란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낳아 주셨고, 교회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계속 낳아주고 있기 때문에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들을 낳아주는 교회는 마리아의 모습이며, 그러기에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이다. 성령강림 체험 후에 교회의 이 모습을 성모님 안에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8년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월요일을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제정하셨다.
복음: 요한 19,25-34: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피 흘리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시는 십자가 앞에 어머니 마리아께서 시메온의 예언대로 심장을 꿰찔리는 듯한 고통 속에 서 계시다. 주님께서는 어머니를 당신이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맡기신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26절) 주님께서는 당신을 대신할 아들로 사도 요한에게 어머니를 맡기신다. 마리아는 십자가 앞에서 참으로 또 다른 아들을 가지시게 된다. 이는 또 다른 잉태를 십자가에서 갖게 되고 주님의 죽으시는 순간 우리들이 어머니의 자녀들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요한은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는 은총을 입게 되었다.
주님의 이 말씀은 ‘이 사람도 어머니의 아들입니다.’가 아니라,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하셨다. 즉 누구든지 참으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이다. 주님께서 요한 안에 사시므로, 주님께서는 마리아께 요한을 가리켜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 곧 그리스도라고 하시는 것이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27절) 주님께서는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이가 가장 높은 영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하셨다. 사도 요한이 그러한 것 때문에 주님께 더 사랑을 받은 분이다. 즉 사도 요한은 높은 신분으로 대사제를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무서운 유대인들도 겁내지 않고 베드로를 대사제의 저택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으며(요한 18,15-16 참조) 대담하게도 십자가 곁에 서 있던 유일한 사도였다. 그래서 구세주의 어머니를 자기 집에 모실 수 있었던 분이다. 주님으로부터 동정 어머니를 유산으로 받은 것은 동정을 지킨 아들이었다.
“목마르다.”(28절) 주님께서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우리 인간들의 믿음을 목말라 하신다. 바로 우리들을 위하여 목말라 하신 것이다. 우리 자신을 그분께 드리는 것을 하지 않고, 그분께 신 포도주를 해면에 적셔 예수님께 드리고 있다. 주님께 신 포도주를 드린 유대인들은 구약의 성조들과 예언자들이라는 포도주가 변질된 신 포도주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십자가 위에서 진정으로 주님께서 목말라하시는 것은 우리 자신의 굳은 믿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신 포도주는 믿음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다 이루어졌다.”(30절) 성경의 말씀이, 아버지의 뜻이 모두 이루어졌다고 하신다. 이제 더 이상 백성에게 더 겪을 일도 없다. 주님은 모든 것을 이겨내셨고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셨다. 이제 십자가의 신비가 드러나는 일만이 남아있다. 고개를 숙이시고 숨을 거두심으로써 사흗날에 다시 일어날 당신의 육신에게 평화로운 잠이라는 휴식을 주셨다. 이제 세상은 주님의 구원의 은총을 입게 되었다. 그분은 참으로 돌아가셨고, 착한 목자로서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것이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34절) 죽은 육신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이 죽으면 피는 엉기고 시신에서 피와 깨끗한 물이 흘러나올 수는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즉 주님의 육체는 세상에 신성한 피와 거룩한 물을 주었다. 의학적으로는 죽었지만 그 안에는 생명의 위대함이 있었다. 이것은 죽었으면서도 생명의 샘을 우리에게 쏟아 부어 줄 수 있는, 주님의 몸 안에 있는 권능이 지닌 생명의 힘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려고 일어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피와 물’은 교회가 거행하는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를 의미한다. 믿음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은 자신들이 물에 의해 참으로 새로이 태어나고, 주님의 피와 살로 자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그 흠숭하올 제단에 다가갈 때, 그분의 옆구리에서 받아 마시듯이 그분께 다가가야 할 것이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우리도 요한처럼 잘 모실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십자가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해 주신 주님께 더욱 가까이 나가는 진정으로 사랑받는 자녀들이 되도록 기도하자.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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