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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16 조회수 : 303

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였습니다. 사복을 입고 있었고 제주도의 한 성지에 방문해서 순례를 한 뒤에 나오려는 뒤에 갑자기 뒤에서 이런 외침이 들렸습니다. 

“신부님!”

저는 저 말고도 다른 신부가 성지순례를 왔나 보다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다시 뒤에서 “신부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한 자매님께서 환하게 웃으면서 저를 보고 계셨습니다. 자신도 성지순례를 왔는데, 뒷모습을 보고서 신부님인 것 같아서 불렀다는 것입니다. 뒷모습만 보고도 저를 알아보신 것이지요. 그런데 제 자신은 이 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전에 있었던 본당의 신자였습니다. 이 성당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생생히 기억하셨고, 제 뒷모습만 봐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이분과 달리 저는 이 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만큼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만났다는 증거는 아닐까요? 조금 더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 더 사랑으로 다가서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관심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을 말하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진짜 사랑을 한다고 말할 수가 없겠지요. 어쩌면 주님과의 관계도 이렇지 않을까요?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계속해서 말하면서,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그분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내 바로 앞에 주님이 계셔도 알아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으로만이 주님과 하나를 이룰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내 이웃과도 하나를 이룰 수 있는 힘을 이룹니다. 이렇게 하나 되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성부, 성자, 성령께서 하나 되는 신비를 통해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베푸십니다. 예수님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푸시지요. 이제 성령을 통해서 인류 역사 안에 그 사랑을 계속해서 베푸십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전해 주기 위해서 성격이 전혀 다른 세 위격이 하나가 되는 신비가 삼위일체입니다.

이 삼위일체의 신비에 동참하려면 우리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즉, 사랑으로 하나를 이루어야 합니다. 사랑을 받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는데 집중해야 하며, 나를 알아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사랑을 심는 삶을 살 때,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할 희망을 안고 기쁘게 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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