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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18 조회수 : 312

언젠가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강화읍내에 있는 미장원을 찾아갔습니다. 특별히 찾는 미장원이 없기 때문에 빨리 이발을 할 수 있는 손님 없는 미장원 안으로 들어갔지요. 미용사는 제게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저는 늘 말하는 대로 “짧게 잘라주세요.”라고 대답했지요. 그런데 미용사는 한참을 제 머리를 살펴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손님, 제가 머리 만진지 10년이 되었는데요. 손님의 머리는 그렇게 자르면 후회하십니다.”

제 의견이 무시된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분의 말보다는 제 의견이 더 중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말했지요.

“저는 요. 이 머리를 가진지 50년이 되었는데요. 계속 이렇게 이발을 해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머리 손질을 잘 하지 않으니까 그냥 짧게 잘라주세요.”

이 분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손님인 저에게 가장 좋은 머리 스타일을 해주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나 자신의 경험에 의한 단정이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이들을 향해 쉽게 단정하는 말을 종종 합니다. 특히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고, 후회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실패나 후회할 일도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서 더 잘 될 때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쫄면’이 있습니다. 쫄깃한 면에 고추장과 채소 등을 넣어 비벼서 먹는 음식인 쫄면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 쫄면 역시 실수로 만들어진 음식이지요. 즉, 냉면을 뽑으려다가 실수로 두꺼운 면이 만들어졌고, 폐기 처분하려던 이 면을 인근 분식집에서 가져다가 새로운 메뉴로 개발했던 것입니다. 실수가 있었기에 존재가 가능했던 음식이었습니다. 

실패할 것이라고 또 후회할 것이라면서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실패하면 어때?’라는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십니다. 이 사랑이야말로 우리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고 또 후회도 많이 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더욱이 나에게 큰 해를 끼친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사랑하고 또 기도해주라고 하십니다. 이 과정 안에서 분명히 실패하고 후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대해 단정을 짓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랑할 대상을 만들고 반대로 미워해야 할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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