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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20 조회수 : 289

식복사 없이 살 때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카레를 해 먹기 위해 재료를 찾던 중에 감자에 싹이 잔뜩 나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꽤 많은 양이었는데 전부 싹이 나 있었지요. 저는 싹만 떼어내고서 감자를 볶아 요리에 넣어서 먹었습니다. 감자가 싱싱하니까 싹이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싹이라는 생명까지 나오는 싱싱한 감자가 결코 나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복통으로 꽤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감자의 싹 주변에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든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싹이 난 감자가 아까워서 그냥 감자전을 만들어 손주에게 줬다가 손주가 실신을 해서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아무리 싱싱한 감자라도 싹이 나면 아깝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새싹과 새싹이 난 주변까지도 전부 잘라내야 합니다. 싹이 난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의도의 생명이겠지만, 소화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감자의 싹 주변에 받아들이기 힘든 독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생명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독성이 나쁘기 때문에 잘라내는 것입니다. 

감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인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 자체는 생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조건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짓는 죄라는 독성은 과감하게 잘라내야만 합니다. 감자의 독성을 인간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 짓는 죄 역시 인간이 스스로 소화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성인성녀께서는 ‘죄를 멀리하고 선을 행하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죄를 행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말,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말 등으로 갖은 이유들을 만듭니다. 그러나 죄에 물들게 되면 주님 앞에 제대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 죄는 과감하게 잘라내야지만 주님과 함께 할 수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직접 가르쳐주십니다. 이 기도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있지요.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늘 주의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단순히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면서 주님께 기도한다고 해서 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죄의 유혹이라는 싹을 과감하게 잘라버리고 그 주변까지도 제거해서 깨끗한 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게 되며, 주님 안에서 참 행복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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