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7월 1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19 조회수 : 279

어떤 분께서 자기 아들이 자기 방에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는다고 답답한 마음을 제게 풀어놓으십니다. 거실에 앉아 대화도 함께 나누고, 식사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운다는 것은 자기 가족 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상 속의 일이라고 하십니다. 누구는 요즘 세대가 다 그렇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자기 것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 그 누구와도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어보니 정말로 그런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지요. 차들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차선을 옮기겠다고 차선변경 신호를 하면 속도를 줄여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속도를 내면서 자리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뒤에서 경적을 울리면서 빨리 가라고 야단입니다. 이 모습은 평상시에 양보를 잘 하는 사람도 차만 타면 이렇게 변합니다. 왜 그럴까요? 

차 안이 자기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것이라 생각하는 이 공간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행복 앞에 누군가가 끼어든다고 또 내 앞을 가로 막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앞서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 역시 ‘자기 공간’에 대한 애착 때문입니다. 이 애착에서 벗어나려면 더 좋은 것이 있음을 발견해야지만 가능합니다. 

이렇게 자기 자리에 대한 애착들을 많이 간직하는 우리입니다. 이 애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제자들을 고발합니다. 밀 이삭을 뜯어 먹어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밀 이삭을 뜯어서 먹는 것이 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너무 억지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다윗이 제사 빵을 먹은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이 빵은 사제나 레위인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따라서 다윗은 죄를 지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사제 아히멜렉은 하느님께 희생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사람을 돕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다윗이 제사 빵을 먹은 사건을 바리사이들이 모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즉, 율법에도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는 확대 해석해서 안식일 법을 어겼다고 말합니다. 자신들보다 더 인기를 끄는 예수님의 모습에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애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애착이 성경 속의 내용까지도 부정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내 자리만을 지키려는 애착으로 인해 주님을 거부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이라는 분께 더 집중하고 그분의 뜻을 따를 때 애착에서 벗어나 더 좋은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