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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24 조회수 : 282

어제는 참 많이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서울 지역의 성지를 거의 걸어서 순례를 했거든요. 스마트폰을 보면 얼마나 걸었는지가 나오는데, 어제 하루 동안의 걸음이 37,363보였고 그 이동 거리는 자그마치 28.4Km 정도가 된다고 알려줍니다. 이러다보니 마지막 순례지에 갈 때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가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다시 힘이 솟으면서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순례지가 저의 모교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일이 바로 어제의 일인 것처럼 떠올려집니다. 기도하던 성당, 공부를 했던 강의실과 도서관, 생활을 하던 기숙사, 맛있는 식사를 했던 식당, 신나게 운동을 했던 운동장, 묵주기도를 하면서 걸어 다녔던 산책길 등등 모든 곳이 너무나도 익숙했습니다. 

성당에 앉아 기도하던 중에 그 당시 제 기도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신부만 되게 해주세요.’라고 참 간절하게 기도했던 그때였습니다. 제가 신부로 살아간 것을 보면 분명히 그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제가 했던 기도만 들어주신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단순히 신부만 되게 해주신 것이 아니라, 지금을 잘 살 수 있도록 참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다양한 사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글 쓰는 일과 강의하는 일 역시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는 하나만 부탁드렸지만 주님께서는 하나만이 아니라 무수하게 많은 것을 주신 것입니다. 

삶 전체를 떠올려보십시오. 분명히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셨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주님의 이끄심에 내 몸 전체를 맡기는 삶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님께 맡기기 보다는 내 멋대로 살려고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은 아닐까요? 그때에는 주님의 선물을 내 안에서 드러낼 수 없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해주십니다. 이 씨는 딱 하나의 열매만을 가져오는 씨가 아닙니다. 어떤 땅에 떨어졌느냐에 따라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다고 하십니다. 즉, 우리 마음 상태에 따라서 많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고,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멋대로 살려는 마음을 버리고 주님께 철저히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며, 이로써 주님의 좋은 씨가 내 안에서 싹을 틔워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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