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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03 조회수 : 314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할 때에도 참 많은 결정을 해야 합니다. 뜨거운 커피인지 아이스커피인지, 좀 더 진하게 마시기 위해서 샷을 추가할지 안할지, 매장에서 마시고 갈지 들고서 매장 밖으로 나갈 것인지... 등등 여기에 계산할 때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카드까지 선택하려다보면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그래서 결정할 것도 저절로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당연히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싸고 좋은 물건,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드는 물건, 남들이 부러워 할 수 있는 물건 등을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까요? 하지만 최고의 물건을 선택했다고 해서 잘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젠가 어떤 분에게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제가 필기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하나에 몇 십 만원 한다는 최고의 명품 볼펜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너무나도 불편한 볼펜이었습니다. 너무 무거웠고 제 손에 잘 맞지 않아서 글을 쓰기가 힘들었습니다.  

세상의 기준을 따르는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내 기준을 따르는 만족스러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긴 행복한 사람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떤 작가는 만족스러운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만족스러운 삶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일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소비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간단하게 무시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헤로데와 헤로디아 그리고 헤로디아의 딸을 떠올려 보십시오. 헤로데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헤로디아와 그 딸은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다고 생각해서 세례자 요한을 죽입니다. 아마 당시에는 스스로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은 결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결과는 죽을 때까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죽어서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나쁜 영주로, 나쁜 여인으로, 나쁜 딸로 기억되어 우리들 가운데 회자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다시금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자기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선택은 절대로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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