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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10 조회수 : 337

한겨울에 내리는 눈을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첫눈이 온다고 하면 뉴스에서도 나올 정도이지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눈이 내리면 데이트를 하는 등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눈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로 15년 전 겨울에 있었던 교통사고 때문이었지요. 강의를 위해 지방에 갔다가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입니다. 그 뒤로 눈이 오면 운전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약속 자체를 잡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냥 집에만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예전에 본당신부로 있을 때,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밤에 사제관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급하게 병자성사를 청하는 전화였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눈이 오면 외출을 삼가는 저이기에 병자성사를 거절했을까요?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직접 운전을 해서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라 해도 더 중요한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싫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경우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싫어서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서 다른 이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그 중요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에게 순간적인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님의 뜻에 반대되는 삶이고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되고 맙니다. 또한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밀알의 입장에서도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싫겠습니까? 그렇다고 땅에 묻혀 싹을 틔우는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밀알의 본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죽어서 싹을 틔워야 많은 열매를 맺는 자신의 본 역할을 다할 수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역시 이 한 알의 밀알처럼 죽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자신이 싫어하는 마음을 죽이고, 정말로 중요한 일 특히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을 섬기는 모습이라고 하시지요. 단순히 입으로만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다해서 주님을 섬기는 충실한 제자의 모습입니다. 

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묵상해 보십시오. 혹시 싫다고 귀찮다고 그리고 내게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역할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내 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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