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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01 조회수 : 462

동창 신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전 신학생 때의 일을 말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며칠 전의 일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거의 30년의 일입니다. 이렇게 옛 친구들과의 대화는 과거의 일들을 현재로 소환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세 번이나 변할 수 있는 시간도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이 세상의 시간이 긴 것 같지만 사실은 정말로 짧은 것이 아닐까요? 따라서 이 세상의 삶이 먼저가 아니라 영원한 시간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가면서 하느님 나라에 적합한 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하느님 나라보다 지금의 세상에 적합한 사람이 되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 합니다. 하느님께 인정받기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항상 삶의 양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언제나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명이 언제나 자신에게 우호적이어야 하고, 질병이나 사고는 자신을 비껴가야 정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삶은 없습니다. 운명에 대한 과도한 요구는 어쩔 수 없이 과도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모습이 과연 하느님께 인정받는 모습일까요?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에서 굳이 윗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는 도둑질하다 들켜서 훔친 물건을 도로 내어놓는 것과 같습니다. 도둑질한 물건을 가질 자격이 없으므로 가지고 있던 것을 들키게 되면 그냥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높은 자리에 앉았다가 더 귀한 이가 오게 되면 그 자리에 대한 자격이 없기에 자리를 내어놓아야만 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갖추고 있어야 하느님의 명령으로 그 자리를 얻게 되고, 하느님을 통해 영광의 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아오스딩 성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그대를 들어 높이면 하느님께서 그대를 끌어내리실 것입니다. 그대가 그대를 끌어내리면 하느님께서 그대를 들어 높이실 것입니다.”

제1독서의 집회서 저자 역시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라며, 주님께서는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고 하시지요. 그런데 우리는 낮추는 것을 너무나도 어려워합니다. 자신을 낮추는 자리는 그 누구도 차지하기 싫어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거의 텅텅 비어있고,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차지하는 사람의 수가 적은 것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을 쫓는, 그래서 어떤 지위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 예수님의 맘에 꼭 맞는 그런 신앙인이 되도록 우리 모두 조금씩 노력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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