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는 꼭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 서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운전을 잘하는 친구에게 주행연습을 할 때 동행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흔쾌히 허락하고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익숙해졌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도 별 이야기 없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한참을 이렇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소리를 지릅니다.
“라이트 켜!”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해가 쨍쨍 내리쬐는 벌건 대낮에 왜 라이트를 켜야 하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졸다가 눈을 떠보니 너무 어두워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초보라서 터널에 들어와도 라이트를 켜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자신만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나의 색안경 색깔은 무엇인지 봐야 합니다. 안경의 색이 어두울수록 세상은 전부 어둡고, 칙칙하게 보일 것이고, 안경 색이 분홍빛이면 세상은 분홍빛으로 보일 것입니다. 이 안경 색이 우리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마음의 색깔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뀝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실 기적은 말씀을 믿지 않는 자들도 마음을 돌이켜 믿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기적의 힘이 예수님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향해 색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어둡고 칙칙한 색안경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어서 기적을 보고서도 믿지 못하고, 흠집을 찾기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안식일은 하느님의 사랑이 담겨 있는 날로, 당연히 좋은 일을 해야 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색안경 때문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손을 뻗는 것은 아주 평범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이는 손뿐 아니라 마음이 오그라든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색안경을 끼고서 하느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오그라든 마음을 뻗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목숨을 구하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오그라든 마음을 활짝 뻗으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분명한 것은 오그라든 손을 뻗듯이, 오그라든 마음을 쭉 뻗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