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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15 조회수 : 371

혹시 피니어스 게이즈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19세기에 미국 버몬트주의 철도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에,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1m가 넘는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놀랍게도 생명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또한 몸에 어떤 이상도 없었습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말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행동에도 어떤 부자연스러움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적이라면서 사람들은 모두 환호했습니다. 

병원을 퇴원한 후, 사람들은 게이즈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던 그가 술주정뱅이라고 불릴 정도로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근면했던 그의 모습을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너무나 게으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참을성은 전혀 찾을 수 없고, 변덕이 죽 꿇듯 합니다. 그렇게 선했던 사람이 폭력적인 악인으로 완전히 180도 바뀐 것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의사들은 다시 검사하면서 뇌의 앞부분이 심하게 손상되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부분은 전두엽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사람의 성격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이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음이 아니라 병의 결과임을 밝힌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두엽의 손상으로 인해 범한 그의 모든 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주님께서 개인의 죄에 대해서는 단죄한 적이 없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라고 불렀던 창녀, 세리, 병자들에 대해서 “너는 죄가 크니 용서받을 수 없다.”라고 선언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신 스스로가 구원을 위해 왔다는 것을 밝히면서 용서 가득한 사랑으로 다가오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한 마리의 양과 은전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듯이,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명 한 명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으신다고 하십니다. 곧이어 ‘탕자의 비유’는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더 깊이 깨닫게 하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 안아 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죄에 대해서는 심하게 화를 내셨습니다. 바로 개인의 죄가 아니라, 공동체의 죄였습니다. 한 개인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공동체의 죄, 그래서 스스로는 아주 올바른 척하는 당시 종교지도들의 무리를 향해 위선자라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성전을 정화하신 모습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억압이 담겨 있기에 이 공동체를 향해 화를 내신 것이었습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기뻐하신다고 하십니다. 죄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회개하는 사람이고 구원받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무리를 지어 선이 아닌 악으로 기울어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너무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면서 자기들의 옳음만을 주장합니다. 주님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진정으로 회개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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