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기도하는데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도 졸고 있고, 심지어 고해소에서도 사람들이 없을 때는 저도 모르게 졸고 있습니다. 잠을 덜 자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보다도 더 많이 자는데도 불구하고 피곤함이 계속해서 밀려듭니다.
저는 이 피곤함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금방 알아챘습니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일이 많아서 그럴까요? 하는 일의 종류는 많지만 그렇게 피곤할 정도는 아닙니다. 어디가 아파서 피곤한 것일까요? 이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피곤함을 느낄까요?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게을러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운동하는 것이 귀찮아서 한동안 전혀 운동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라 너무 덥다고, 또 장마철에는 비가 온다는 이유로 며칠씩 운동을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운동하지 않으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약간의 집중만 해도 피곤함을 쉽게 느꼈던 것이지요.
이런 체험은 처음이 아닙니다. 몇 년 전에도 매일 하던 운동을 하지 않아서 어느 날 갑자기 허리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입원했던 일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매일 새벽에 25Km 이상의 거리를 자전거로 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더 피곤하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넘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힘들어도 참고 견뎠습니다. 지금 현재 피곤함은 거의 사라졌고 힘차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운동에 대한 믿음이 있으므로 힘든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도 이렇습니다. 그 믿음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도 이 믿음을 버리지 않고 주님을 따르는 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이 그러했습니다. 주님이 크신 분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분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말합니다.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스스로 자격 없는 자라고 고백하는 겸손이 그를 합당한 사람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는 자기 집을 주님을 모실 만한 곳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그럼으로써 더욱 영예롭고 주님을 모실 만한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님 몸소 그의 집으로 가지 않았어도, 그분의 치유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굳은 믿음을 통한 겸손이 이루어낸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생각해보십시오. 굳은 믿음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