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약점은 상처받기 쉬운 부분이기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더듬이 하나가 레이더처럼 나와서 나의 약점을 숨기고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약점이 사라지는 때도 있겠지만, 정확하게는 단지 약점을 숨길 뿐입니다.
사람들은 제게 책을 잘 읽는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어떤 분은 황송하게도 성우 같다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저는 말을 많이 더듬었습니다. 특히 긴장하면 말더듬증이 더욱 심해져서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조용히 숨어 사는 몫을 선택했습니다. 과묵해 보였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 행세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신부가 되면 분명 사람들 앞에 서야 하고 또 그들 앞에서 많은 말을 해야 하는데 피해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모습이지요. 그래서 어려운 발음은 아예 하지 않거나 발음하기 쉬운 다른 말로 교체해서 말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평소에 신경 써서 책을 소리를 내 읽으면서 발음 연습을 했습니다.
지금도 말더듬증은 약간 남아 있지만, 사람들은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말더듬증이 오히려 선물일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제게 이러한 단점이 없었다면 스스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부로 생활하면서 강론을 하고 강의를 하면서 살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말더듬증을 고치려는 저의 노력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평불만에서 멈춰 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새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나의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 꿀을 먹고 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극기의 삶이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예수님께서 오셔서 먹고 마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다.’라면서 이번에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멈춰 서 있는 모습입니다. 그 부분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이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 역시도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저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도 알아보지 못하고, 예수님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그냥 멈춰서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찾아보십시오. 큰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