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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25 조회수 : 436

인터넷에서 기린이 새끼를 출산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관광객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었는데, 제목이 특이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출산’이었습니다. 궁금증에 영상을 보니 정말로 위험해 보였습니다. 기린은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육지 포유류입니다. 이렇게 큰 키를 가지고 있는 기린은 새끼를 서서 낳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끼 기린은 그 높은 곳에서 곧바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집니다. 얼마나 아프고 정신없을까요?

기린의 새끼 출산에 대한 다른 정보를 찾다 보니 이것이 끝이 아니더군요. 엄마 기린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정신없는 새끼 기린을 긴 다리로 계속해서 걷어찹니다. 새끼 기린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계속 걷어차인다는 것을 깨닫고 기우뚱거리며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엉덩이를 걷어찹니다. 그러면 새끼 기린은 벌떡 일어나 달리기 시작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 발길질 당할 것을 아는 것이지요. 그제야 엄마 기린이 달려와 새끼 기린을 어루만져주며 핥아 줍니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요? 자기가 낳은 새끼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스스로 뛰지 못하면 사자나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 기린의 사랑법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줘야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아픔과 상처로 다가오는 것들도 사랑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을 생각해봅니다. 이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는데 유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스스로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때 분명히 주님께서는 우리를 따뜻한 품으로 안아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어,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주라면서 파견하시지요. 그런데 이상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철저히 알몸으로 만드십니다. 중요한 사명을 주고 세상에 파견하면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것을 챙겨주는 것은 제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아무것도 없다 보니 철저히 주님께 의지할 수 있으며, 쓸데없는 염려로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을 단순히 불평불만의 이유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주님을 더 깊이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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