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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0-11 조회수 : 406

학창시절에 있었던 일이 하나 생각납니다. 친구가 제게 책을 빌려 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책을 돌려주었는데 글쎄 그 친구가 책에 낙서해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에게 항의했습니다. 책을 빌려 갔으면 깨끗하게 보고 갖다 줘야지 왜 낙서를 해놓았냐고 짜증을 냈습니다. 이 친구를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남자가 쫀쫀하게 낙서 하나 가지고 화를 내니? 친구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냥 무심히 지나갈 수도 있는데 괜히 쫀쫀하게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부끄럽고 마치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미안하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억울했습니다. 잘못한 것은 이 친구인데 왜 내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지 싶었습니다. 며칠 뒤에 친구가 또 책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책을 빌려줬을까요? 아니면 빌려주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문득 주님과 우리의 관계가 이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분명히 잘못한 것은 나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주님께 불평불만을 던지고 있습니다. 왜 나를 지켜주지 않냐고, 왜 나를 잘 되게 해주지 않냐고, 왜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냐고….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준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주님께서는 기쁘게 받아주실까요?

작은 잘못에도 깊이 뉘우치면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쯤이면 괜찮지 뭐.’라는 자신의 판단을 내세우지 말고, 주님의 편에서 생각하면서 주님의 뜻을 따르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벙어리 마귀는 다른 마귀들보다 훨씬 기가 세고 고집불통으로 알려져서 그 누구도 꾸짖고 쫓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는 거뜬히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여기서 군중 가운데 몇 사람이 아주 엉뚱한 말을 뱉습니다.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주님을 찬양하기는커녕 오히려 마귀의 전능을 인정하고 그리스도의 힘의 원천이 베엘제불이라고 우깁니다. 자신의 잣대로 주님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행하신 기적을 보고서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변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오히려 적으로 대합니다.

주님께서는 사탄보다 더 힘센 분이기에, 사탄은 가까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막강한 힘을 지니신 주님을 떠나서 연약하고 나약한 인간 혼자 남으면 사탄은 자기보다 더 악한 영을 데리고 그 집을 차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님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주님 편에 서서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만이 언제나 주님과 함께 기쁨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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