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 저는 신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위해 휴학계를 냈습니다. 모든 군 미필자 신학생들은 무조건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야 하므로 가기 싫어도 이때 휴학을 하고 입대를 합니다.
이렇게 휴학계를 내고 입대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입대 영장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병무청에 전화를 해보면 그냥 기다리라는 답변뿐이었지요. 당시의 군 생활 기간은 30개월이었습니다. 따라서 8월 전에 군대에 가야 동기들과 함께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만약에 그 이후에 입대하게 되면 그냥 1년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빨리 신부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1년 늦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특기병은 빨리 입대할 수 있다는 말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고, 해병대도 빨리 입대할 수 있다고 해서 해병대 지원서까지 냈습니다. 다행히 7월에 입대하게 되어서 해병대도, 운전병도 되지 않았지만, 당시 영장이 나오지 않아서 심적으로 매우 괴로웠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바라보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1년 빨리 되고, 늦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어떻게 더 충실히 살 것인가가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사실 과거나 미래는 우리의 시간이 아닙니다. 즉, 우리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고 또 우리가 사는 시간은 ‘지금’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자식 없이 죽은 형제의 후사를 이어주기 위해 동생들이 형의 아내를 맞이했는데, 부활 후에 누구의 아내가 되겠냐고 말하면서 부활이 있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세상의 관점으로 하느님 나라를 판단해서 안 될 것을 이야기하시지요.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두 번 다시 죽지 않는 상태,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상태에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주님 몸소 부활하심으로써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살아날지를 보여주셨습니다.
따라서 먼 미래를 이러쿵저러쿵 판단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특히 하느님께서는 산 이들의 하느님으로 지금을 사는 우리와 함께 살아계십니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매 순간 충실히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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