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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11 조회수 : 333

한 10년도 훨씬 지난 일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저와 친한 신부님의 고충을 듣게 되었는데, 글쎄 본당 신자 중에서 한 분이 술만 마셨다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말로 인한 폭력이 아니라 실제로 폭행을 한다는 것이었지요. 성당에 도끼나 대형 해머를 들고 와서 성당을 부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술만 드시지 않으면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그렇게 사고를 친 다음 날에는 고해소에 들어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죄의 용서를 구합니다. 한두 번이야 ‘인간이 실수도 할 수 있지.’라면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계속 반복되는 모습이니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뒤에 이 신부님을 다시 만나서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잘 해결되었어.”라고 답하는 것입니다. “왜? 이제 술 안 마신 데?”라고 묻자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성당에 안 나오신 데?”라고 묻자 이것도 아니랍니다.

해결은 신부님 스스로 이 형제님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 주십니다.

“육신의 병을 한두 번 치료해주었는데, 또 아프다고 찾아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번이라도 아플 때마다 찾아오면 치료해주어야지. 신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마음이 아파서 찾아온 것을 상대하기 힘들다고 거부하면 안 되지.”

주님께서는 “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나약한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그래서 많은 일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죄를 반복해서 짓는 것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뉘우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회개하는 자들을 용서해야 합니다.

이 용서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도들이 주님께 믿음을 더하여 달라고 청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사도들은 믿음을 달라고 하지 않고 더하여 달라고 합니다. 가지고 있는 우리의 믿음만으로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용서의 실천이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 안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청해야 합니다. 믿음의 시작은 우리한테 달려 있고 온 힘을 다해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가운데 유지되는 것이지만, 그러는 데 필요한 확신과 힘은 거룩한 은총에서 옵니다. 이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운 힘이 은총의 모습으로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용서가 가능하게 됩니다. 주님의 사랑을 부족한 나를 통해서 세상에 펼칠 수 있게 됩니다. 주님의 도구가 되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믿음을 더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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